로그인 안하고 여행후기 썼다가 몽창 날려먹고 다시 씁니다. 쩝~~

10월 가을 연어잡아왔습니다.

아침일찍 아니 새벽찬 바람맞으며 조금 추울까를 걱정하며 떠났습니다.
일어날 시간 까지 깨워주시는 단장님의 세심함에 감동받으며 양재동으로 날라갔습니다.

단장님 방식대로 양떼목장까지 쭈욱~ 날아가서
드뎌 맑은 하늘을 보았습니다.
며칠 전 양떼목장에 갔었는데 그때는 비가 와서 느끼지 못했던
가을을 이번에는 단풍과 더불어 즐겼습니다.

일정이 빠듯해서 밥에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말씀에 어떻하나 했는데
새로 생긴 고속도로덕에 점심시간에 잘 맞춰 남대천에 도착했습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더군요.

연어로 만든 음식을 종류별로 하나씩 다 시켜먹고
연어가스는 두개나 더 먹었습니다.
좀 양이 적다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인심좋은 양양 어르신이 하나몫에 두개어치의 연어가스를 듬뿍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시골 축제이다보니 점심후 연어잡으러 갈때까지의 시간이 좀 지루하긴 했지만
그래도 비누도 만들고
장승도 깍아보고
아카시아 꿀도 한수저 가득 먹어보고,
배랑 사과도 사먹고
뽑기도 해서 꽝에 당첨된 사탕도 물고
인구조사 이벤트에서 무릎담요도 얻고
오재미로 연어그림도 맞추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뎌 연어잡으러 들어가는 시간!!
두팀으로 나뉘어져 제법 큰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이리저리 허둥지둥~
물이 탁해 연어가 보이지도 않았는데
서서히 뭔가 움직이는 거대한 녀석들이 보였습니다.

저는 사실 잡을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저희 12살 짜리 큰 녀석이 덥썩 몸을 던져 한마리를 잡아서 제가 안겨주었습니다.
어찌나 크던지 두팔로 꼭 끌어안고 있는게 고작이었어요.
시작이 좋았던 녀석은 결국 세마리 넘게 연어를 잡았습니다.
75센티 정도 되는 연어를 덥썩 덥썩 잡아댔습니다.

조금 행동이 느린 10살짜리 동생녀석도 형의 도움을 받아 제몸 만한 연어를 잡았습니다.

으흐흐
연어잡는데에 너무 열을 올리느라
길이인증만 받고 단장님께 사진인증을 못받은게 최대 실수이자 아쉬움 입니다.
내년에 또 잡으러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거죠.

연어를 잡기 전과 후에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큰 녀석은 제몸만한 연어를 잡으며 자신감아니 야생에 눈을 뜬 듯 싶었고
동생 녀석은 나이터울이 작아 형같지 않던 형을 위대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형이 꼬리를 먼저 잡고 작은 녀석이 제 몸만한 연어를 가슴에 가득 안는 순간
형제는 뿌듯한 형제애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말로 가르쳐주려 해도 가르칠 수 없었던
형제애를 한 시간도 안되는 시간동안 뿌듯하고 짜릿하게 느꼈던 모양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연어왕이 되지 못했어도, 사진을 남기지 못했어도
저는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한시간 연어잡고 그 이후 뒷처리는 더욱더 귀찮은 법이지요.
연어를 다듬고
젖은 옷을 갈아입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래도 그 시간들까지도 아이들은 너무나 차분히 흥분된 마음으로 즐겼습니다.

한정된 자연에서 자연을 느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아이들이 자연의 힘을 몸으로 받아내고
마음들이 한뼘씩은 커가는 걸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숨가뿐 여정을 힘들어도 힘든 기색안내고 이겨내는 형제가 대견했습니다.

원래 편가여의 저녁은 빠듯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컵라면 밥 김치를 준비해서 휴게소에서 빠른 시간에 저녁을 때우는데
이번에는 단장님과 기사님의 배려로
멋진 하조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편안함보다는 뭔가를 느끼게 해 주시는 단장님 덕에 편가여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만
참 뿌듯한 여행입니다.
특히 이번 연어여행은 아이들도 저도 무언가가 가슴을 가득 채워주는 여행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편가여를 기회닿는 대로 따라다니며
저희 아이들을 느끼며 살게 해 주고 싶습니다.

단장님
고맙습니다.
편가여는 영원하셔야 합니다.

추신
많고도 많은 연어고기는 할아버지댁과 외할머니댁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희는 세마리다 암컷이었는데,
알이 큰 꿀통으로 가득 나왔습니다.
어찌 먹어야 할지 걱정입니다.